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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컬] 서촌·북촌

[서촌산책 ⑤] 베일 벗는 옥인동 47번지, '윤덕영 첩집' 리모델링 전후 내부 최초 공개

by silvertraveler 2026. 2. 16.

안녕하세요, 서촌의 입지와 역사를 기록하는 부동산 전문가 실버트래블러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옥인동 전체를 집어삼켰던 거대 아방궁, 벽수산장의 흔적을 찾아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이자, 서촌 주민들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회자되던 비밀스러운 공간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친일파 윤덕영이 자신의 첩을 위해 지었다고 알려진 '옥인동 47번지 가옥(현 옥인동 47-133)'입니다.

 

 

 

최근 서울시에서 이 가옥을 보존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비로소 베일을 벗기 시작했는데요. 20년 주민인 제가 공사 전부터 틈틈이 기록해 두었던 미공개 내부 흔적과 함께, 이 집이 가진 부동산적 가치와 역사적 비극을 심층 분석해 드립니다.


1. 벽수산장의 마지막 조각, 왜 '첩'을 위한 집이었나?

부동산 입지론적으로 볼 때, 옥인동 47번지는 매우 기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지난번 살펴본 벽수산장 정문 기둥과 박노수 미술관 사이, 마치 거대 필지의 구석진 퇴로처럼 숨겨져 있죠.

 

서촌 옥인동 윤덕영 첩집 앞 계단에 앉아 있는 고양이와 낡은 한옥 외관
눈이 살짝 내려앉은 돌계단 위에 치즈색 고양이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배경으로는 보수 공사를 위해 천막을 씌운 오래된 한옥의 전경이 보임.

 

눈 내린 날, 시간이 멈춘 듯한 옥인동 47번지의 초입.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길은 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당시 경복궁보다 화려했다는 벽수산장을 지은 윤덕영은 자신의 권세를 과시하기 위해 주변 필지를 모조리 사들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집은 본채인 벽수산장의 위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장 사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지어진 일종의 '별채'였습니다.


2. [미공개 기록] 리모델링 전, 폐허 속에 남겨진 권력의 흔적

오랫동안 방치되어 일반인들에게는 '흉가'처럼 보였던 이곳의 내부를 저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리모델링이 시작되기 전, 이 가옥의 내부는 1910년대와 1970년대의 시간이 뒤섞인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윤덕영 첩집 수리 전 녹슨 쇠창살과 낡은 민송자창 모습
오래된 한옥 벽면에 하늘색 페인트가 벗겨진 나무 창틀과 기하학적 문양의 녹슨 방범용 쇠창살이 덧대어져 있으며, 창 안쪽으로는 낡은 격자 문양이 비침.

 

세월에 부식된 쇠창살과 낡은 창호. 친일로 쌓은 부의 끝이 이토록 쓸쓸하다는 점이 역설적입니다.

  • 상부 구조의 견고함: 외관은 낡았지만, 대들보와 서까래의 규격은 일반 서민의 한옥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 기묘한 평면 구성: 외부에서는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폐쇄적인 구조이면서도, 안마당에서는 인왕산의 정기를 그대로 들이치는 최고의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한옥의 내부 목조 뼈대 노출 사진
한옥의 지붕 기와를 걷어내고 서까래와 대들보 등 목조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 바닥에는 공사 자재와 포대들이 쌓여 있으며 현대식 가설 지지대가 보강되어 있음.

지붕을 걷어내자 드러난 거대한 서까래와 대들보. 부동산 전문가로서 '골조의 건전성'에 감탄하면서도 그 역사적 배경에 마음이 무거워졌던 순간입니다.


3. 부동산 전문가가 본 '옥인동 47번지'의 재생 가치

많은 분이 "왜 친일파의 흔적을 세금을 들여 고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적 측면에서 이 가옥은 **'네거티브 문화유산'**으로서 엄청난 가치를 지닙니다.

 

종로구 옥인동 47-133 건축허가표지판 상세 사진
흰 벽면에 부착된 검은색 건축허가표지판으로, 대지 위치, 공사 기간(24년 12월~25년 7월), 용도(2종 근린생활시설) 등 상세 정보가 기재되어 있음.

 

공공의 목적으로 기록되는 건축허가 표지판. 이제 이곳은 개인의 욕망이 아닌 시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합니다.

 

1만 6천 평에 달했던 벽수산장이 사라진 지금, 옥인동 47번지는 그 거대했던 필지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실물 지표입니다. 이번 리모델링은 쪼개진 필지 위에 남은 역사의 과오를 기록하고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공간의 사회적 환원'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4. 리모델링 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서촌의 새로운 앵커

현재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가옥은 본래의 단아한 선을 되찾고 있습니다. 100년 전의 치욕스러운 역사는 기록으로 남기되, 건축물 자체가 가진 조형미는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리모델링 후 깨끗하게 보수된 한옥의 처마와 서까래 상세
진한 나무색의 서까래와 공포가 정교하게 맞물려 있으며, 새로 교체한 깨끗한 격자무늬 나무 창호와 흰 벽면이 조화를 이루는 한옥의 상단부 모습

 

말끔하게 단장된 서까래와 창호. 이제 이곳은 서촌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 될 것입니다.

 

이곳이 개방되면 통인시장에서 시작해 벽수산장 기둥 -> 박노수 미술관 -> 윤덕영 첩집으로 이어지는 일명 '서촌 권력의 길' 코스가 완성됩니다.


5. 20년 주민의 제언 : 알고 보면 더 깊어지는 산책

서촌은 알면 알수록 무서운 동네입니다. 발길 닿는 빌라 주차장 기둥 하나가 사실은 거대한 역사의 파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옥인동 47번지 가옥이 정식 개방되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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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후에는 제가 즐겨 찾는 체부동 잔치집에서 들깨칼국수 한 그릇으로 여정을 마무리해 보세요. 20년 주민이 보증하는 코스입니다!